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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빙의글 완결

방탄 빙의글 완결 - 육아선배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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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1 - [방탄 빙의글 완결] - 방탄 빙의글 완결 - 육아선배론 1

 

방탄 빙의글 완결 - 육아선배론 1

1. ​ ​ "민윤기?" ​ ​ … 알다마다요. 성은 민이요 이름은 윤기로다. 신입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교수, 선배 가릴 거 없이 정수리가 땅에 처박히도록 인사를 올려야 한다는 군기보다도 더 바짝

jeju8.tistory.com

5.

민윤기 선배 있잖아...│익명게시판
너희도 봤지
민선배 일주일 내내 애 데리고 등교한 거
혹시...
애 엄마가 애 버리고 도망간 건 아닌가 해서
님들은 어떻게 생각함?
좋아요 213 댓글 125
ㄷㄷ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ㄴ 선배 개강 이후 하루도 애를 안 데리고 온 날이 없긴 했음
ㄴ ㄹㅇ
나도 그게 좀 의아하긴 했음ㅇㅇ.. 선배만 주야장천 애를 돌보니까 마땅히 애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건가 싶고
ㄴ 돌봄 동아리 하나 만들자; 우리가 애 돌봐주게
ㄴ 미친놈인가
ㄴ ㅠㅠ 너무행

예고도, 예상도 없던 2세 등장으로 윤기의 평판이 큰 기복 없이 원상복구가 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이었다. 이번엔 윤기의 평판이 날로 지상 위로 치솟고 있었다. 그 평판에 한 몫 거든 핫 키워드는 바로 싱글대디.

정작 평판의 중심에 선 장본인은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탓에 익명게시판 따위 신경 쓸 여력이 못 되었다. 아니 아예 익명게시판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하여 제 평판이 현재 고공행진 중이라는 걸 윤기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건 여주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언니 오늘 개총 있다는데. 가실 거예요?"

" 오늘?"

"설마 술 못 마시네 뭐네 내성적이네 뭐네 그런 뻔한 말 할 생각이면 당장 접어요."

"그게 아니라 나 애 봐야 하는데."

" 그건 좀 신선했다."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는데, 남들이 한방이 엄마 되는 사람을 한순간에 애 버리고 도망간 작자로 만들어버린 이유 또한 그 화제의 인물 선열에 오른 사람이 무려 여주일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여주도 굳이 나서서 구구절절 입을 열지 않게 된 이유 첫째,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통해 우울증부터 조증까지, 온갖 희로애락을 모조리 경험한 여주를 위해 올해는 윤기가 한방이를 전담하기로 해서. 둘째, 한방이 관련된 일이면 여주의 귀에 들어오기도 전에 어련히 윤기의 선에서 잘 해결이 되어서.

마지막으로, 아무도 자신에게 묻지 않아서다.

"언니는 복학생이라 이런 자리 더욱 빠지면 안 되는 거 알죠."

"가볍게 반주만 하는 거 가능?"

"존나 가능. 오기만 하세요."

딱 하루는 문제 될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적당히 입술만 담가보고 빠지면 되지 뭐. 정확히 3년 만의 술자리였다. 물론 남편에게는 미리 문자를 남겨뒀다.

6.

제 앞가림 하기에도 벅찼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인지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민선배의 등교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정확히는 그의 2세가 오늘은 어떤 인형을 손에 꼭 쥐고 왔을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드디어 강의실 뒷문이 열렸다.

"백방 최근에 히트를 거하게 친 19금 곰 테드 인형일 거다."

" 미친 건가. 연령 조금 더 낮춰서 닌텐도일 것이다에 내 전공책을 건다."

"야야 요즘 포켓몬이 대유행인 거 모르냐."

" 한심한 것들. 헬로 카봇이라고 들어는 봤냐?"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는 틈에 야심 차게 등장한 한방이의 모습을 보고 굳이 입을 맞추지 않아도 알아서들 그 주둥이들을 닫았다. 한방이가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잡고 있던 건 제 아빠, 윤기의 손이었다.  손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게 겨우 검지 하나만 꼭 쥘 수 있을 정도로 한방이의 손이 많이 작았다.

아침부터 터지는 귀염포텐에 내기에 제 전공책을 걸었던 동기가 이깟 거 팔아도 된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시각, 한 손으로는 안 되겠는지 반대편 손까지 거들어 제 아빠의 손을 꼭 붙든 한방이가 아장아장 강의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끙."

먼저 자리에 앉은 윤기의 무릎을 받침대 삼아 끙끙대며 올라가서는 이내 그 커다란 품에 안착한 한방이는 아침부터 이모, 삼촌들의 심금을 단단히 울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두 부자지간에게 눈길조차 두지 않는 무리가 있는데 바로 개강 날 감히 하늘 같은 선배를 함부로 거론했다가 거하게 털린 무리였다. 사실 그쪽에 시선을 둘 명목이 없던 거다. 그냥 이대로 벽에 코를 콱 박아 그대로 숨지고 싶었다.

"어린이집에 맡기면 안 되나."

"입 닥쳐 제발. 너 때문에 괜히 우리까지 같이 털렸잖아 새끼야."

"아니 난 그냥."

한 마디로 왜 자꾸 눈에 띄어서 마음을 무겁게 하냐 이 말이었다. 그때 차라리 민선배가 대차게 욕이라도 박았으면 이렇게까지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을 텐데. 분명 당시 선배는 제 욕을 하는 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다만 이 아이 앞에서만큼은 무슨 말이든 자제해달라고 했다.

선배에게 안겨 미동도 없이 잠든 아이가 그날따라 그렇게 순백해 보일 수가 없었다. 무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부끄러웠고, 역시 선배는 선배였다. 비속어 하나 담겨있지 않은 단 몇 마디로 압도할 수 있다는 게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그릇의 차이는 꽤나 컸다.

"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걸 그랬나."

하나둘씩 회상을 마치며 연달아 한숨을 내뱉었다. 정작 민선배는 무리 쪽으로 시선을 둔 적이 없는데, 후배들만 잔뜩 긴장해서 선배의 동태를 눈으로 바짝 좇았다. 할 수만 있다면 한방이에게까지 죄송하다고 당장 석고대죄라도 할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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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새내기와 화석 사이에서 애매하게 끼어버린 2학년에게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밤 시간이 왔다. 주점을 통째로 차지한 2학년들 사이 오고 가는 대화 토픽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윤기와 한방이었다. 동기 하나가 손까지 번쩍 들어가며 외쳤다.

"나 궁금한 거 있음. 이름이 왜 한방일까. 민한방."

솔깃한 주제에 하나같이 쥐포를 씹고 있던 연하운동을 멈추었다.  궁금한 것도 참 많다. 고개를 내젓던 여주가 정적을 깨트리며 학을 뗐다. 별거 아니란 듯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한방에 임신됐으니까. 걍 태명이야, 태명."

" 그걸 언니가 어떻게 알아요?"

"그야 당연히"

현재 술 좀 마셨다 그래 상태였던 여주의 폭주를 막을 연락이 마침 도착했다. 술기운에 풀렸던 두 초점이 문자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또렷하게 잡혔다.

< 남의편

언제 와

자기가 없어서 그런가

오늘따라 한방이 잠투정이 심하다

한방이 아직도 안 자?

안 자네

어디야

여기

청춘포차

데리러 갈까

뭘 또 데리러 와!!!!!!!!!

미안해 내가 얼른 갈게

더 들어볼 것도 없었다. 우당탕탕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여주가 의자에 대충 걸쳐놓았던 겉옷과 가방을 다급히 챙겨들었다. 언니 벌써 가시게요? 조심해서 들어가라며 줄줄이 손을 흔들어주는 틈을 비집고 빠져나오던 여주의 걸음이 별안간 우뚝 멈춰 섰다.

"어제 올라온 글 말이야. 왜 그 애 버리고 도망갔다던."

"너도 같은 생각이지."

"어. 윤기 선배 독박 육아하는 거 보면 답 딱 나오잖냐."

발길을 틀어 수군대던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향한 여주가 이젠 얼굴도 모른다는 그 한방이를 낳아준 사람까지 안줏거리로 잘근잘근 씹어대던 테이블을 쾅 소리가 나게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그 태도가 제법 강렬했던 탓에 이쪽 테이블은 물론 주점 안에 있는 모든 동기들의 시선들까지 여주에게로 모였다.

"무슨 글."

" 예? 아 그 익게에 올라온 글인데"

자칫하면 터질 듯한 시한폭탄을 연상케 하는 여주의 얼굴에 빠릿한 동기 하나가 이실직고를 했다. 이틀을 내리 에타를 뜨겁게 달군 게시물이 띄워져있는 제 폰 화면을 여주의 눈앞에 들이민 채로. 애 버리고 도망 갔다고. 여주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결국 터질 게 터지고야 말았다.

"누가 그래! 민윤기 독박 육아라고!!!"

그러니까, 저 외침에 담긴 억울함은 이런 추측성 글이 떠돌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나온 게 아니라 독박 육아는 개뿔, 내 수고는 다 얻다 뺑이 치냐 이런 의미가 담긴 외침이었다.

8.

개강 직전, 복학과 육아의 기로에 놓인 여주가 한방이도 이제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때가 안 됐냐고 넌지시 운을 뗀 적이 있다. 하지만 윤기가 창과 방패의 싸움마냥 곧 죽어도 한방이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아직 어린이집은 보내지 말자고 했다.

여주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부터 밤을 새워가며 육아와 관련된 공부를 한 덕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이었다. 되도록 만 3세 이전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지 않는 게 좋다며 붉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강조되어 있던 문구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학대 사건이 기사 한 면을 가득 채운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한방이. 아직은 품에 두고 싶은 아들이다 이거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상황이 한참을 잘못 돌아갔다. 뚫린 입이라고 신나도 단단히 신들이 나셨다. 소문이라는 게 이렇게까지도 와전이 될 수 있구나. 사회 초년생이지만.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육아엔 도를 튼 여주가 코웃음을 시원하게 쳤다.

"민윤기가 독박 육아? 참나 기가 막혀서. 나는 뭐 보고만 있었는 줄 아나. 나 이거 다크서클. 이게 왜 생겼는데. 여기 손목에 파스. 왜 붙였는데! 나도 온몸을 갈아가며 한방이 키웠어!"

파도타기마냥 줄줄이 질겅질겅 씹고 있던 문어 다리를 뱉어냈다. 야 여주 언니 방금 뭐라고 하신 거냐?  좀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아니면 뭐. 내가 나사가 빠져서 잘못 들었나? 듬성듬성 옆자리 동기에게 제 뺨을 한 대 갈겨달라는 동기도 여럿 있었다.

베일에 싸여있던 민선배의 그녀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살면서 많이 경험하고 또 공감한 속담이거늘 오늘처럼 뒤통수가 얼얼한 적은 단연 처음이었다.

"뭐? 애를 버려? 내가 한방이를 왜 버려, 내 새끼를!!"

익명게시판이 띄워져 있는 폰을 죽일 듯 노려보며 당장 맞짱이라도 뜰 기세로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여주를 그 누구 하나 말리지 못했다. 저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릴 장본인이 김여주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해서. 그냥 얼이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때마침 등장한 인물이 정점을 찍었다. 동기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제 허벅지를 꼬집어봤다. 존나 아픈 걸 보니 일단 꿈은 아니다. 꿈이 아니라고.  시발 어떻게 이게 꿈이 아닐 수가 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난 너 오늘 안 보냈어."

"오빠 이거 봐봐. 나를 무슨 인간 말종 쓰레기로 만들어놨다니까? 아니 어떻게 이런 말을 해? 내가 우리 한방이를 어떻게 키웠는데!"

"맞지. 여주 그런 사람 아닌데. 그러니까 이제 그만 가자. 한방이 기다려."

"웅."

알코올에게 잠식 당한 건지 뭔지 당장이라도 터질 듯 아니 이미 터진 여주를 너무도 쉽게 컨트롤해서 데려간 사람이 저들이 그렇게 떠들어대던 민선배라서 다들 그대로 벙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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